최근 일본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한류 열풍으로 한식에 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일본의 1~2차 한류는 중년 세대의 한류 드라마에 대한 인기와 10~20대 젊은 세대의 한국 아이돌 스타에 대한 인기라고 한다면 3차 한류는 10~2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대중문화 콘텐츠부터 한식까지 SNS를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 일본에서 신한류로 한식이 엄청난 인기를 끌기 전부터 한식에 대한 애정과 열의를 가지고 두 차례 걸쳐 우리 대학으로 유학을 온 일본인 동문이 있다. 일본 사가현의 명주로 이름난 『무네마사 주조(宗政酒造)』의 무네마사 아카네 동문이다. 우리대학 문화예술대학원 전통식생활문화전공에서 2017년 석사학위를 받고 일본에서 한국 전통음식 전문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가업을 이으며 정진 중인 그를 만났다.
Q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일본 후쿠오카까지 방문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숙명여자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전통식생활문화전공에서 2017년 졸업한 무네마사 아카네라고 합니다. 현재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저희 집안의 가업인 『무네마사 주조(宗政酒造)』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사케를 홍보하기 위해 후쿠오카에서 논노코(のんのこ)라는 이자카야(居酒屋)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2. 원래는 후쿠오카 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셨는데, 어떠한 계기로 우리 대학에 한식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오시게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는 후쿠오카 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였고, 대학 졸업 후에는 은행에 취업해서 일하였습니다. 제가 은행원으로 일하는 동안 이 일에 대한 회의감이 점차 들었습니다. 특히 이 일은 제가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면서 이때 용기를 내어 은행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원래 저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취미로 제과 관련 공부를 많이 했었는데, 그때 제가 좋아하는 요리 관련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요리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을 때에는 요리로 유명한 프랑스나 외국으로 유학 가는 것을 고민하였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한국으로의 요리 유학을 결심한 이유는 아버지의 친구분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친한 친구 중에 한국분이 계셔서 어렸을 때부터 한식을 먹을 기회가 많았었는데, 한식을 접하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한식은 일식과 비슷한 식자재들이 많아서 거부감이 없고 일본인이 먹어도 오랫동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식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으로 처음 유학을 왔을 때가 약 15년 전으로 그때는 한류 초기라서 일본에서 한식이 엄청난 인기를 끌지는 않았지만 한류 드라마를 통해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때는 우리 대학에 있는 한국음식연구원(현재 한국음식연구교육원으로 명칭 변경)에서 한식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때 체계적인 실습 교육을 통해 한국 전통음식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많이 익힐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 주위에 있는 한국인 친구들을 통해서 우리 대학원 전통식생활문화전공에서 한국 전통음식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한국에서 약 2년 정도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유학 왔기 때문에 공부를 마친 후에는 일본으로 돌아가서 일본인들에게 한식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한식을 가르칠수록 학문적으로 한식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아지면서 다시 우리 대학원 문화예술대학원 전통식생활문화전공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Q3. 일본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한국으로 혼자 유학을 오게 되면서 어려움이 많았는지요?
저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한국으로 혼자 유학을 오게 되었지만 주변에 한국인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전혀 외롭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한국인 친구들이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힘든 유학 생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즐겁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가령 한국에서 집을 구할 때는 일본과 많이 달라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때도 한국인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많이 도와주어서 어려움이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저의 경우는 대학원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식문화, 역사, 조리법 등에 관해서 공부하면서 학문적으로 생소한 용어들이 많아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는데, 그때도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던 한국인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어서 힘든 공부도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저의 대학원 공부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던 동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Q4. 대학원에서 한식을 공부하면서 좋았던 점을 말씀해주세요.
제가 한식을 배우기 위해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우리대학 한국음식연구원에서 궁중음식과 향토음식, 발효음식, 음청류 등의 다양한 한식 조리법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여 일본에서 한식 강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한식의 문화적 배경, 역사, 영양 등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 깊이 있게 배우지 못해서 일본에서 이러한 내용으로 강의를 할 때마다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학원에서 한식 공부를 다시 시작한 후부터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한식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영양사와 같은 전문가들에게 한식을 강의할 때에 한식의 우수성을 자신 있게 알려줄 수 있어서 대학원에서 한식 공부를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Q5. 대학원에서 한식을 배우면서 요리 강사로 활동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요?
제가 요리 강사를 처음 시작하였을 때에는 주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일식 강의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일식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를 잘 몰라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인마다 일본 식자재나 음식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의 차이가 있어서 일식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면 그냥 조리법만 설명해도 되겠지만 일식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역사와 배경까지 모두 설명해야 하므로 강의내용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에 대해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외국인이라서 한국인들에게 언어적으로 강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지 못했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학원에서 한식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는 일본인들에게 한식을 강의하는 것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최근 일본인 중에는 한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들 중에는 일본의 고추장 김치와 같이 한식에 대해서 어설프게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한식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학문적으로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고,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식을 잘못 알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한식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게 되면서 우리 대학원에 입학하여 한식을 공부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Q6. 인터뷰 중에 아카네 동문과 대화를 하다 보니 한국어를 굉장히 잘하셔서 한국인으로 많이 오해하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일본에서 한국어를 공부하셨나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일본에서는 시간이 거의 없어서 한국어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한국에 유학 오기 전에 영국에서 공부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일본인들하고만 친하게 지내어 공부를 마치고 일본에 돌아와서 많이 후회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에 유학을 하러 가게 되면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 절대로 일본인들과는 사귀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였습니다. 처음 한국에 유학 와서는 연세 어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였는데, 영국에서의 굳은 결심을 지키고자 일본인들과 거의 만나지 않고 한국인들과 친하게 지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저의 경우는 한식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면서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요. 한식을 배우러 오는 대부분의 사람이 한국인이라서 자연스럽게 이분들하고 어울리게 되면서 한국어를 잘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나름대로 한국어를 잘하기 위해서 한국인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던 것이 한국어 공부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저의 경험을 토대로 유학생들에게 외국어 공부에 대해 조언을 해드리자면 외국으로 유학을 하러 가게 되면 현지인 사회로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그들과 어울리고 적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외국어 공부법이라고 생각됩니다.
Q7. 전통 한식을 전공한 일본인 전문가로서 일본에서 한식이 성공하기 위한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옛날에는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춘 한식을 소개하려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기로는 한국에 여행한 적이 있는 일본인들이 정말 많기 때문에 일본인 입맛에 맞춘 한식 보다는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한식을 그대로 가져와서 알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제대로 된 한식을 알리는 것이 일본인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진짜 정통 한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또한 일본인들 중에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매운 음식 보다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궁중음식을 소개하고 알리는 것이 앞으로는 일본인들의 입맛에는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8. 제가 알기로는 논논코는 후쿠오카에서도 소문난 맛집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렇게 큰 규모의 음식점을 여성분이 혼자 운영하시는데, 어려운 점이 없으신지요?
제가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주로 강의만 하였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강의를 잘하기 위해서 저만 열심히 강의를 준비하고 노력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주방과 홀에 있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생까지 직원들 모두를 신경 써서 관리를 잘해야 고객분들도 만족하고 저희 음식점을 계속해서 찾아주시기 때문에 대표로서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고충을 저 혼자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남자 직원들이라서 가끔 여자 상사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고 무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상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제가 직원들 문제로 매우 힘들 때에는 양조장을 운영하는 오빠가 고민을 많이 들어주기도 하지만 오빠도 저희 『무네마사 주조 주식회사(宗政酒造 株式会社)』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이 많고 바쁘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저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Q9. 일본의 전통 한식 전문가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실 때가 언제이신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한국에서 한식을 공부했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취향을 잘 알아서 저희 음식점에 오시는 한국분들을 위해서 특별히 한국의 갓김치와 비슷한 후쿠오카 명물인 카라시 타카나(からし高菜)라는 갓절임을 반찬으로 준비합니다. 원래 일본에서는 음식을 주문하면 반찬을 따로 드리지는 않지만, 한국분께서 오실 때마다 반찬을 따로 준비해서 드리거나 한국어로 음식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서 주문하시기 편하게 해드리면 저에게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고향에 온 것 같다고 좋아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가 일본에서 한식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Q10. 최근에 한국의 전통음식을 학문적으로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 한국에 오는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분들께 선배로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한식을 전공한 유학생 선배로서 조언하자면 먼저 한국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한국문화를 많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일본에서는 한국 관련 책들이 생각보다 많이 없기 때문에 한국문화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관한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서 얻는 정보가 많다고 하지만 한국인 친구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얻는 정보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특히 한국의 전통음식을 학문적으로 전공하기 위해서 유학을 오는 경우라면 시간상으로 여유를 가지고 한국에 있는 어학원에 다니면서 한국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은 후에 한식을 잘 아는 한국인 친구들을 통해서 저처럼 제대로 한식을 배울 수 있는 전문적인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Q11.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직 저의 꿈이기는 하지만 가업으로 양조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저희 『무네마사 주조(宗政酒造)』의 사케를 한국에도 널리 알릴 수 있는 논노코(のんのこ) 분점을 한국에서도 운영하는 것이 앞으로의 바램입니다. 또한 지금은 가업을 잇기 위해서 일본에서 한식을 강의하는 것을 잠시 하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일본에서 전통 한식 전문가로서 한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제가 대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한식에 관심 있는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서 양국 간의 음식문화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취재: 전통식생활문화전공 심기현 교수
정리: 커뮤니케이션 팀